달래요리 삼종세트-와일드 오가닉의 끝판왕 (미국생활 건강하게)
심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천만의 말씀!
저희 집에선 이 말 안 통하네요.
초록으로 삐죽삐죽 길게 올라온 이 식물이 뭘로 보이십니까?
파 같기도 하고 그냥 풀 같기도 한 이것.
눈치채셨겠지만 이게 바로 달래입니다.
어느 해부터인가 저희 집 옆 마당 나무들 사이로 봄마다 돋아나던 것인데
어느 날 무심코 뽑아보니 냄새며 모양이 영락없는 달래였습니다.
이런 게 와일드 오가닉 아닐까요?
영어로는 Spring Onion. 말 그대로 봄에만 나오는 식물이죠. 제가 아는 한 미국 사람들은 이걸 먹지 않습니다.
먹을 수 있는 식물인지도 아마 모를 걸요.
도대체 어디서 씨앗이 날아와 저희 집 마당에 자라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해마다 점점 많이 자랍니다.
심지도 돌보지도 않았는데 수지맞은 거죠.
오가닉 그 자체, 바로 와일드 오가닉입니다.
올해는 제법 많이 거뒀습니다. 우와. 뿌듯!
제가 캔 건 사실 얼마 안 됩니다. 전 거의 감독만 했죠 ㅎㅎ
이게 사실 캐는 것보다 다듬는 게 일입니다.
작은 뿌리를 일일이 잘라주고 지저분한 겉잎들을 떼어줘야 하는데 워낙 얇고 길어서 손이 많이 갑니다.
이날 저녁에 밥상에 모인 가족들에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세상에서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저녁상이 준비됐습니다. 이름하여 달래 요리 삼종세트!"
반응들은 제각각이었지만 저의 대답은,
"일단 맛을 보고 이야기합시다!"
첫 번째 요리: 달래 간장
이게 무슨 요리냐고요? 요리랄 건 없지만
무밥을 김에 올리고 갖은양념으로 버무린 달래 간장을 한 숟갈 얹어서 먹는 이맛!
그냥 밥이 술술 넘어갔습니다.
두 번째: 달래무침
고춧가루와 고추장, 기타 양념을 넣고 새콤 달콤 매콤하게 무친 달래무침입니다.
씹는 식감이 줄기는 꼬들 거리고 하얀 알뿌리 부분은 아삭아삭 씹히면서
달래 특유의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세 번째: 달래 된장찌개
비주얼로는 셋 중에 갑이죠.
멸칫국물에 된장 고춧가루 풀고 감자 두부 양파 썰어 넣고
마지막으로 달래를 듬뿍 넣어 끓인 달래 된장찌개와 함께라면
밥 한 그릇 뚝딱입니다.
이렇게 저희 집에서는 일 년에 딱 한차례 귀한 달래를 심지도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젠 가족들도 오가닉 달래 귀한 줄 알고 일년에 한번뿐인 호사를 즐기며 누리게 됐습니다.
다음엔 좀 새로운 요리법을 개발해야겠습니다.
추천할 만한 달래요리법 있으신가요?
마당에서 놀던 아이가 급하게 뛰어들어오더니 "엄마 선물!"을 외치면서
식탁에 달래 몇 뿌리를 내려놓고 후다닥 나가버립니다.
엄마가 달래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걸
다 아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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