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살기

나무와 꽃이 필요한 이유 We need trees and flowers

meestoryus 2021. 4. 9. 23:30

(미국생활 건강하게) 나무와 꽃이 필요한 이유 We need trees and flowers

고맙다 얘들아! 같이 살자 얘들아!

너희들도 너희의 삶에선 너희가 주인공이겠지?

 

저희 집 앞마당에는 매실나무가 두 그루 있습니다. 바로 아래의 첫 번째 사진이 그 두 그루 중 하나입니다.

몇 년 전에 지인께서 막대기 같은 걸 주시면서 심어보라고 하셔서 앞마당에 심었는데 작년부터는 가지도 좀 풍성해지고 꽃도 어느 정도 피어주었지만 열매는 큰 포도송이 크기로 몇 개만 열렸던 걸로 끝나버려서 맛도 제대로 못 본 아쉬움에 다음 해를 기약해보기로 했었죠.

그런데 어제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니 어느새 하얀 꽃들이 눈처럼 가지마다 가득가득 피어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입에서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습니다. 이런 꽃들은 오래도록 가지에 맺혀있는 종류가 아니라서 이렇게 절정으로 피어난 광경을 놓칠 수 없기에 사진으로 담아두기 시작했습니다.  고작 일주일 정도 피어있겠지만 그동안 저희 집 현관 앞을 아름답게 장식해줄 꽃들로 인해 행복해할 저 자신을 발견하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꽃들은?

 

 

 

 

이때부터 마당을 빙 돌면서 꽃들을 찾아 하나하나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보여드리는 사진들은 저희 집 마당에 핀 꽃나무들과 꽃들을 어제와 오늘에 걸쳐 찍은 사진들입니다. 

요새 폰들이 잘 나오긴 했지만 제 사진 찍는 실력으로는 이 나무와 꽃들의 아름다움을 절반도 담을 수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부디 감안하시고 이제부터 제가 보여드리는 사진들, 특히 나무 사진들을 크게 확대해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나무는 뒷마당 지하실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 바로 옆에 심긴 것입니다. 이름이 무엇인지 저도 아직 모르는 이 나무에도 꽃을 가득 피었네요. 이 나무는 저희가 이 집으로 이사 왔을 땐 겨우 지하실 높이 만한 키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어느새 자라서 1층 거실 창 높이까지 올라와버렸습니다. 그러더니 계속 쑥쑥 자라나서 이젠 2층 창문도 훌쩍 넘겼네요.

한 이태전부터는 바람 불 때마다 나뭇가지들이 2층 아이방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에 깜짝 놀라 밤에 아이가 깨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창쪽으로 난 가지들을 몇 번 잘라주기도 했었는데 저희가 이 나무의 성장을 미처 따라가지 못해서 어느새 가지들이 다시 창문을 건드리곤 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요새도 나뭇가지들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깨기도 하느냐고, 가지를 잘라줄까? 하고요. 그런데 아이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이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사는 새들이 아침 일찍 지저귀는 소리에 잠을 깨는 것이 이젠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더 이상 이 나무의 가지치기는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무에게 물었습니다. 너의 성장은 어디까지 계속될 거니?

 

 

 

이 사진이 바로 위의 나무의 꽃을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작고 하얀 꽃이 예쁘죠? 역시 가지를 잘라주지 않기를 잘했습니다. 

 

 

배나무들 사진

 

이 나무들은 뒷마당에 있는 배나무들입니다. 이 나무들에 대해선 진짜 할 이야기가 많지만 줄이고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과실수를, 그중에서 배나무를 심어서 시원하고 단 국물이 주르르 흐르는 배를 먹어보겠다고 한국 배 품종의 나무를 사서 심은 것이 한 십 년 전쯤입니다. 역시 나무 막대기 두 개를 심은 것이 몇 년 지나지 않아 키도 크고 꽃도 펴서 드디어 단내가 나는 배를 열기 시작했습니다.

아! 그러나 한국배를 실컷 먹어보겠다던 야심 찬 기대를 접어야만 한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

다. 왜냐하면 그때부터 전쟁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바로 배 도둑과의 전쟁이었죠. 

몇 년에 걸친 무용담은 풀어놓지 않겠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완전한 패배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백기를 들고나니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일방적인 항복이었지만 국물이 뚝뚝 흐르는 그 한국 배를 포기하고 나니 이제 이 나무는 더 이상 과실수가 아니고 뒷집과의 사이에서 가림막 역할을 해주는 것으로 만족하는 그저 그런 평범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적어도 저희 에게는요.

이쯤에서 궁금하시겠죠? 도대체 누구와의 전쟁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까마귀들이었습니다. 이 단내 나는 배맛을 기가 막히게 알고 찾아온 까마귀들에게 백전백패를 경험하고 나서 이제 저는

많이들 먹어라. 너희도 입맛은 누구 못지않구나. 그래도 다 먹지는 말고 우리도 좀 남겨다오! 

라고 말할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었지요. 몇 개 안되지만 친절하게도 남겨주기는 합니다.

 

 

 

 

개나리 사진

이 꽃들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꽃이죠. 바로 개나리입니다. 봄마다 이렇게 노오란 꽃들이 활짝 피어나 옆집과의 사에서 한 일주일여를 조잘조잘 대다 갑니다. 

 

 

 

적목련 사진

이 꽃은 적목련이고 저희 집에 적목련 나무가 한그루 있습니다. 전 이나무만 보면 미안해집니다. 여름마다 한 번쯤은 이 나무에 손을 댔기 때문입니다. 봄에 이렇게 예쁘고 화려한 꽃을 피우는 이나무는 여름만 되면 저에게 미운털이 박히곤 했습니다.

지금은 꽃만 피어서 나무가 휑해 보이지만 여름이면 나뭇잎들이 굉장히 무성해집니다. 그게 무슨 나무의 잘못이겠습니까마는 이 나무가 저희 집 텃밭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이 잘못이면 잘못입니다. 사실은 나무가 먼저였고 텃밭을 나중에 만든 것이니 나무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먼저 온 것이 임자인데 말이죠.

이 나무의 풍성하고 커다란 잎들이 해를 가려 텃밭의 일조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가 해마다 바깥쪽 가지들을 과감하게 잘라주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나무는 튼튼하게 잘 자랐고 전혀 기죽음 없이 해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주곤 합니다. 작년에도 어김없이 무서운 생명력으로 더 많은 가지를 뻗어냈던 이 나무를 보고서 잠시 고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예 나무를 파버려?  그렇지만 그 생각은 정말 잠시였고, 나무는 무사했고 작년엔 가지도 잘라주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러고 싶었습니다. 덕분에 상추밭 절반은 볕을 잘 못 받아서 수확이 줄긴 했었지만요.

저는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그동안 미안했다. 같이 먹고살아보자! 

 

 

 

튤립 사진

저희 집 옆 마당에는 튤립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직 개화시기가 아닌지 어제 나가봤을 땐 겨우 몇 그루에만 봉우리가 올라왔었는데 오늘 다시 보니 꽃이 필락 말락 하고 있었습니다. 왼쪽이 어제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이 오늘 사진입니다.

튤립이 다 피어나면 참 예쁠 것 같습니다. 

 

 

 

수선화 사진

이 꽃들은 수선화입니다. 이 꽃과 관련된 슬픈 전설에서 처럼 이 꽃들에는 빼어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요란스럽게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기품 있고 우아한 아름다움이죠. 그 아름다움에 자꾸 눈이 가고 오래 들여다보게 되긴 합니다. 

넌 내게 반했어! 이러는 것 같습니다.

난 그래도 너에게 빠져들진 않을 거야! 애써 시선을 돌려봅니다. 

 

 

 

잡초 사진

이아이들은 잡초입니다. 분명히 이름이 있긴 할 텐데 미안하지만 그냥 한통속으로 묶여서 잡초라고 불립니다. 얼마 안 가서 무자비하게 뽑혀나갈 운명이라는 걸 알리가 없겠죠. 그런데 이 작은 풀들도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우네요. 왼쪽의 파란 꽃은 아기 손톱만큼이나 작습니다. 오른쪽 보라색 꽃은 그보다 더 작아서 정말 눈을 땅에 대고 봐야 보일까 합니다. 노란 솜털같이 나오는 꽃도 마찬가지로 아주 작아서 피었는지 안 피었는지도 모르게 생겼습니다. 나름 예쁘게 생겼어도 사랑받지는 못하네요.

얘네들도 스스로에게는 자신이 주인공일 텐데 말이죠. 

 

 

 

 

꽃을 찾아 마당을 뒤지다가 나비를 만났습니다. 엄지손가락 한마디 정도 크기의 작은 나비가 팔랑팔랑 날아다니며 여기저기 앉아보고 있었습니다. 꽃을 찾고 있었을까요? 그렇다면 엉뚱하게도 너는 잡 조밭을 뒤지고 있구나!

사진 왼쪽의 파란 꽃은 사실 크기가 갓난아기 새끼손가락보다 작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오밀조밀 귀엽게도 생겼습니다. 얘도 잡초일까?

너는 내가 살려주도록 하겠어!

 

 

 

매실 꽃잎이 날리는 비디오

 

다시 앞마당으로 와보니 바람이 불자 매실 꽃잎들이 눈처럼 하얗게 날리고 있었습니다. 머리카락 위에도 눈을 맞은 것처럼 눈꽃 같은 꽃잎들이 몇 개씩 떨어졌습니다. 

 

 

 

매실나무 사진

매실나무 아래에 서서 위를 쳐다보니 새둥지가 보였습니다. 가지 사이로 하늘도 보이고 꽃들도 보이는 것이 참 아늑해 보였습니다. 너희는 참 예쁜 곳에도 집을 짓고 사는구나!

 

이제 저희 집 나무와 꽃 이야기는 다 한 거냐고요?

아니 아직 하나가 더 남아있습니다. 

바로 그 이름은 민들레입니다.

 

 

 

민들레 사진

 

미국 생활하면서 민들레를 반겨본 적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오늘 오전에 페이스북 친구가 민들레꽃으로 꽃차를 만들어서 사진을 올린 걸 봤거든요. 민들레 꽃차가 예쁘기도 했고 또 민들레 꽃이 소화불량과 간 기능 보호 등에 좋다고 하니까 사람 마음이 간사해졌던 것인지 민들레를 발견하고 반갑기까지 했습니다. 

평소엔 천덕꾸러기 미운털 박힌 못된 잡초였을 뿐이데 갑자기 꽃도 예쁘게 보이고 어릴 적에 민들레 씨앗이 맺혀있는 걸 따서 훅 하고 불어 바람에 씨앗이 흩날리는 것 보고 기뻐하던 생각도 났습니다. 

저는 가끔 제가 만든 음식 사진을 찍을 때 이렇게 말하고 합니다.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야!

그런데 이번엔 민들레 사진을 찍으면서 말했습니다.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야!

 

예쁜 꽃, 아름다운 나무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건 우리 누구나 비슷할 거예요. 사람이 살면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얼마나 건강하게 사는 것인지는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다들 공감하실 텐데요, 어제와 오늘 저희 집 마당을 둘러보며 느낀 것은 그동안 제가 제 주변의 많은 것들을 너무 나 중심으로 보고 살아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자연조차도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여기고 나무나 꽃이나 풀들도 내 필요와 내 마음 가는 대로 심었다가, 파냈다가, 잘랐다가 돌봤다가를 해왔던 건 아닌지 생각해봤습니다. 

우리가 흔히 힐링이라는 말들을 쓰곤 하는데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마음이 정화되고 순화되고 안정을 찾고 행복을 느끼기도 하는 그 일련의 시간들과 변화를 통틀어 말할 때도 힐링된다라고 하지 않나요?

 

오늘 저희 집 마당에 피어난 꽃들을 보며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했던 감정과 기억은 금방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제 안에 얼마 동안, 혹은 꽤 오래 남아서 저의 이런 기분 좋음을 유지시켜주고, 조금은 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도록 도와줄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는 건강하게 살기 위해 좋은 음식을 먹거나 운동을 하거나 그 외에도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자연과 함께 공존하며 시간들이야말로 인간을, 나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민들레 사진을 오늘 글의 대표로 내보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