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며 살기

바위타러 가자! Rocky Ridge Park (미국생활 여행 놀기)

meestoryus 2021. 4. 3. 14:07

 

미국 펜실베니아

설마 돌산에 가는 건가요? 이번엔 빼주세요!

오랜만의 하이킹인데 바위는 타 줘야지. 안 그래?


오늘은 아이를 꼬드기지 않고 처음부터 행선지를 제대로 말해줬습니다. 아이를 야외로 데리고 나갈 때 가끔은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갈 때가 있습니다. 대개는 아이가 가기 싫다고 할 것 같거나, 어떤 곳인지 모르고 갔다가 깜짝 놀라는 걸 보고 싶을 경우에 그렇게 합니다. 가기 싫어할 것 같을 때는 보통 재밌는 말로 아이를 꼬드깁니다.

예를 들면 얼마 전에 글을 올렸던

주머니쥐(Opossum) 나오는지 보러가자! Opossum Lake Trail, Pennsylvania (미국생활 여행 놀기)

 

주머니쥐(Opossum) 나오는지 보러가자! Opossum Lake Trail, Pennsylvania (미국생활 여행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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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처럼 장소 이름(Opossum Lake)이 그런 곳이라 주머니쥐(Opossum) 얘기로 슬쩍 아이를 꼬드겨서 데리고 갔었죠. 

그런데 이번엔 이름에서부터 바위를 타야만 할 것 같은 데다가 리뷰를 보니 큰 바위 사진들도 보여서 미리 알려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호기 있게 말했습니다. "바위 타러 가자!"

 

 

Rocky Ridge Park 전망대

 

 

돌산과 숲으로 구성된 이 공원에는 커다란 돌 언덕 위에 전망대가 있었는데 이곳에 올라가면 산 아래로 서스퀘하나 계곡을 내려다볼 수 있으며 8월부터 10월 사이에는 다양한 종류의 매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이 공원은 숲과 돌산 사이로 등산로가 여러 갈래 나있습니다. 그중에서 저희는 공원 전체를 빙 돌아오는 길을 택했습니다.

 

 

 

 

 

커다란 바위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었는데 이렇게 큰 바위가 다른 바위의 모서리 위에 얹혀 있기도 했습니다. 보기에는 흔들릴 것도 같았는데 막상 올라가 보니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정도면 바위 타러 가자고도 할만했습니다.

 

 

 

 

 

 

제법 큰 돌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와있는 이 등산로에는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이곳은 근방에서 산악자전거 코스로도 잘 알려진 곳이어서 봄도 다가오고 하니 많이들 나온 것 같았습니다.

이 길에서 자전거에서 내린 채 자전거를 끌고 가던 한 중년 여자를 만났는데 앞서가던 아들로 보이는 젊은 청년을 보면서 이런 데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투덜거렸습니다. 아마도 그분은 아들의 꼬드김에 빠져 이 정도로 험한 길인 줄 모른 채 따라왔던 것 같습니다. ㅎㅎ

 

 

 

 

바위 타기 싫어하던 아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고 커다란 바위를 타고 내려가 브이를 그려주기도 했습니다. 간혹 여행지의 자연환경에 이렇게 페인트로 그림들을 그려놓고 가서 자연훼손을 해 놓은 걸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는데 여기는 누군가가 그려놓은 알록달록 그림과 글씨들이 다소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사람들 눈에 재밌게 보이기도 하는지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바위산 한쪽 숲길을 가다 보니 생뚱맞게도 간단한 운동시설이 있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윗몸일으키기와 멍키 바를 보니 재밌기도 했습니다. 바위 타러 가기 전에 준비운동을 하라는 배려일까요? ㅎㅎ

 

 

 

산길을 걷던 아이는 뜬금없이 나무 막대기를 주워서 지팡이 삼아 걸으면서 장님놀이를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돌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온 산길에서 눈을 감은 채로 지팡이를 의지해 한발 한발 내딛으며 보이지 않는 앞길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야 하는 도전정신을 체험해보고 싶었던 걸까요? 아님 그냥 단순한 장난이었을까요? 뒤에서 제가 일러주는 대로 바위도 잘 넘어가고 나무도 피해 가던 아이는 결국 길 한쪽으로 삐죽 튀어나온 돌부리에 발을 채어 넘어질 뻔하면서 이 놀이를 끝내긴 했는데 그래도 험한 산길을 제법 가긴 했습니다. 

 

전망대 옆에 세워진 주의싸인

 

부모들에게 아이를 잘 주의해서 보라고 간판까지 세워놓을 정도로 험한 바위들이 많이 있었지만 다행히 불평하지 하지 않고 바위 타기에 성공했습니다.

 

 

 

산 아래 펼쳐진 풍경을 바위 위에서 올라가서 감상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산에 올라가선 또 이런 재미가 있어야 바위 타기도 힘든 일이 아닌 하나의 놀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 집니다. 


 

 

놀기 뒤에는 먹기가 반드시 따라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바위산을 내려와서 요구르트와 간식으로 간단하게 시장기를 달랬습니다. 땀 흘린 산해 후에 먹는 달달한 요구르트와 짭짤한 과자의 조합이 환상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픽업해온 저녁입니다. 오늘은 아이스크림 대신 밀크셰이크와 햄버거로 마무리했습니다. 원래는 세트메뉴로 주문한 거라 음료는 그냥 스프라이트을 시켰는데 음료 기계가 고장이라며 대신에 밀크셰이크를 드시겠냐고 해서 넙죽 받기로 했습니다. 가격은 그대로. 공짜로 받은 것 같아서 작은 것에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마무리까지 성공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