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살기

메리골드가 눈에 좋다고요?

meestoryus 2021. 3. 31. 01:57

미국생활 건강하게

예쁘기도 한 이 꽃을 차로 마실 수도 있다니...

한송이 꽃이 은은한 향의 차로 재탄생하는, 쉽지만은 않았지만 즐거웠던 과정들을 이제부터 공개하겠습니다. 

 

 

 

 

 

앞마당에 핀 메리골드

 

 

 

 

 

작년 봄에 메리골드 씨앗을 사 와서 마당에 뿌려주었습니다. 씨앗은 샤프심 잘라놓은 것처럼 까맣고, 기다랗고, 가는 모양이었습니다.  모양만으로 봐서는 여기에서 무슨 예쁜 것이 나올까 싶을 정도였기 때문에 과연 꽃이 피기는 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봉에 $1.99 짜리를 두봉 샀는데 가격도 싼 것이라서 별 기대도 없이 뿌려주었던 것이 몇 주 지나면서 싹이 엄청 올라오기 시작했죠. 쑥쑥 잘 자라라고 물도 자주 뿌려주고 제법 정성을 기울이다 보니 키가 커지고 잎사귀도 풍성해지면서 어느 날부터 꽃대가 올라오고 여기저기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오오오. 성공인걸! 키우면서 보니 일 년생 식물인 메리골드는 따로 크게 신경 쓸 일은 없고 시들지 않도록 아침저녁으로 한 번씩 물을 주면 잘 자라는 종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어느 날 마당에 가보니 새로 올라오는 꽃대마다 이렇게 똑똑 누군가 일부러 끊어간 흔적이 있었습니다. 헐!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고의로 저질러 놓은 일임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메리골드 도둑아. 널 꼭 잡고야 말겠어!

여러 날을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그 도둑의 뒷모습을 보고 말았습니다. 토실토실하고 귀가 기다란 잿빛의 귀여운 이것은 바로 토끼였습니다. 귀여워도 어쩔 수 없지. 넌 도둑일 뿐이야! 

사슴이나 토끼들이 종종 이렇게 텃밭의 야채들을 뜯어먹고 가기도 하는데 메리골드 꽃을 따먹는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그렇다고 덫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어서 여기저기 알아보니 동물들이 싫어하는 냄새의 약을 뿌려주는 방법과 망을 씌어놓는 방법 등이 적당할 것 같았으나 약값도, 망을 설치하는 것도 꽤 돈이 들어가는 일이었습니다. $1.99 짜리 두 봉지로 시작한 메리골드 가꾸기에 적지 않은 돈을 들인다는 건 타산이 맞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살아남은 실한 메리골드들을 집 앞마당으로 옮겨심기로 했습니다. 앞마당 중에서도 현관 앞과 밖으로 나가는 보도와의 사이에 있는 곳이 적당할 것 같아서 길을 따라 쭈르륵 심었습니다. 늘 가족들이 들락날락 오고 가는 길이다 보니 아무래도 얘네들이 겁이 나서 자주 오지는 못하겠죠?  옮겨 심은 꽃들은 다행히도 잘 피어주었고 어느 정도 꽃대들을 잃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무사히 살아남아서 드디어 활짝 핀 꽃들을 풍성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진짜 성공입니다!

 

 

 

 

 

 

 

 

 

메리골드는 늦 봄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서 계속 꽃이 피었다 지었다를 거듭하며 가을까지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드디어 수확의 시기가 왔습니다!

사실 처음엔 이렇게 까지 생각해보지 않고 씨앗을 뿌렸고 이미 이 예쁜 꽃들로 인해 집 앞을 오고 갈 때마다 충분히 기쁨을 누린 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었죠. 그런데 어딘가에서 메리골드 꽃이 눈에 좋다는 걸 보고 나서는 꽃을 따서 차로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당히 잘 피고 싱싱해 보이는 꽃들을 골라서 따주었습니다.

 

 

 

 

 

 

 

 

딴 꽃들을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서 잡티들을 제거해 준후에 햇볕에 내놓고 물기를 살짝 말려주었습니다.

 

 

 

 

 

 

 

 

바람에 날아갈까봐 이렇게 무거운 것으로 눌러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까지 하다니! 여간한 정성이 아닙니까?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랍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하답니다. 다음 과정으로 덖기를 했습니다. 덖기는 총 세 번을 했는데요, 이렇게 프라이팬에 꽃들을 올려놓고 중불에서 타지 않도록 볶아서 수분을 날려주는 것을 덖기라고 합니다. 덖고 나서 햇볕에 내놓고 말렸다가 다시 덖는 과정을 세 번을 반복했습니다. 꽃차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 공부하다 보니 그냥 말리는 것보다 이렇게 덖는 것이 꽃에 남아있는 독소를 제거해주고 또 향은 더 은은해지면서 색상이 진하게 나온다고 합니다.  좀 귀찮은 일이지만 열심히 전 과정을 성실하게 이행했습니다.

 

 

 

 

 

 

 

 

다 덖은 후에는 햇볕에 잘 말려주어야 합니다. 날씨도 좋았고 가을 햇볕이 따뜻해서 바싹하게 잘 말라주었습니다. 


 

 

 

 

 

 

 

드디어 완성입니다! 이런 걸 와일드 올가닉이라고 하나요? 메이슨 자에 넣고 어울리는 예쁜 헝겊을 잘라서 뚜껑에 같이 붙여서 담아놓고 보니 제법 그럴 듯 해졌습니다. 꽃을 따면서 세어보았을 때는 전부 백이십 개 정도였는데 다 말리고 나서 보니 이렇게 한병 분량밖에 나오질 않네요. 이렇게 잘 보관해두었다가 귀한 손님들이 오셨을 때 대접해도 좋겠죠?

 

 

 

 

 

 

 

 

드디어 즐길 시간이 되었습니다. 말린 꽃을 뜨거운 물에 두어 개 떨어뜨리면 꽃잎들이 서서히 펴지면서 이렇게 예쁘게 꽃 모양으로 다시 살아납니다. 메리골드 꽃에는 독특한 향이 있습니다. 국화꽃 향과 비슷하죠. 그냥 꽃향기를 맡으면 좀 강한 향을 맡을 수 있는데 이렇게 차로 마시니 거부감도 없고 은은했습니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아주 특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서 더 행복한 기분이 들어 좋았습니다. 

메리골드 꽃에는 눈에 좋은 루테인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차로 만들어 따뜻한 물에 우려서 마시면 눈 건강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좋은 걸 혼자만 간직할 순 없겠죠? 꽃들이 시들면서 저절로 말라서 가지 끝에 남아있던 나머지 꽃들을 따서 햇볕에 말려 씨를 많이 받아놓았습니다. 그리고 씨앗들을 휴지에 잘 싸서 작은 용기에 나누어 담아두었다가 일부는 주변분들에게 나눠주었고 남은 것들도 잘 보관해두었습니다. 이제 봄이 다가오고 있는데 지인분들에게도 더 나눠 줄 생각입니다. 저처럼 차로 만들기까지는 번거로운 과정들이 많이 있으니 꼭 꽃차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그분들도 저처럼 앞마당에 피어난 풍성한 꽃들로 인해 집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길이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파종 시기: 3월부터 6월 사이. 저는 5월 말에 파종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난 뒤에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사는 미국 동부는 한국의 서울과 비슷합니다. 

파종 온도: 10도에서 20도 사이. 

파종 방법 : 흙을 살짝만 걷어내고 씨앗을 골고루 뿌려준 위에 흙을 얇게 덮어줍니다. 

메리골드의 효능: 메리골드에 함유된 루테인과 제아잔틴은 눈 건강에 좋은 성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